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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인으로 남았어야 해, 라고 통탄하던 글쟁이가 있었다. 나 역시 장정일의 소설보다는 시를 오만배 가량 더 좋아했으니 대 찬성이었다. 맞아, 시를 계속 썼어야 해.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한 줄로 쿨하게 끝내며 여운과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 있을 싯구가 소설 속 몇 페이지의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원래 온화하고 순한 사람이 아니다. 역시 미디어는 자극적인 것만을 취했다. 기형도는 무겁고 서러웠다. 황지우는 슬프고 안타까웠다. 김수영은 아팠다. 20대 초반의 내가 찾아낸 균형이 장정일이었다. "나"의 균형이다. 나는 문학도 모르고 시도 모른다. 계보도, 사조도, 경향도, 아무것도 모른다. 어설프게 책을 몇권 씹어먹은 것 뿐이지만, 그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 오랜만에 장편이 나왔단다. 잠깐 만난 지인이 생일선물도 준비못해서.. 쭈볏거리기에 동네 서점으로 데려가 서점 직원에게 장정일 신간 주세요, 라고 주문하고 지인이 돈을 냈다. 지인은 다행히도 내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오래전에 빌려줬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던데, 라고 목덜미를 긁적이던 게 기억이 나서 잠깐 웃었다. 그니까. "내" 기준이라고 했잖아. ..그는 시인으로 남았어야 해, 라고 통탄하던 글쟁이가 있었다... 십년이 지났으니 나도 조금은 철이 들어야지. 아마도 시인은 시를 그만 쓰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소설도 한참 쓰다가, 독서일기도 쓰시고, 인문학도 쓰시고, 뭔가 이것저것 쓰시다가 다시 소설을 쓰셨나보다. 행복해 보이셔서 다행이다.
![]() 꽤나 맘고생을 하고 있다. 굳이 싸움을 걸지도 적극적으로 받아주지도 않는 타입이라 싫으면 그냥 실을 끊어버리자는 게 나름의 노 잼, 노 스트레스 잔기술이었는데 30년 인생에 한번 세미콜론을 찍고 골목을 꺾어 돌아가니 요따위 잔기술로는 디펜스도 오펜스도 어려운 상대와 상황의 등장이다. - 그래서 이런 만연체가 등장하는 것이다. 시련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 중 으뜸이라면, 멍때리고 졸다가 내릴곳을 지나치듯 자성을 건너뛰고 자학에서 꽉 막혀버리는 것. 더 최악이라면, 소중하고 아깝고 이뻐 미쳐버릴 사람들에게 투덜대 그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 젠장 나빠, 나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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